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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패티슨, 세차장 소년이 캐나다의 재벌이 되기까지 (1편)

커이커이  2020. 12. 2. 08:53

짐 패티슨, 세차장 소년이 캐나다의 재벌이 되기까지 (1편)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 주 밴쿠버의 풍경 © Tourism Vancouver (Fraanz Morzo)

 

 

 

 

캐나다의 서쪽 끝, 태평양 연안의 대표적인 도시로는 브리티쉬 컬럼비아(British Columbia) 주의 밴쿠버(Vancouver)가 있습니다. 동계 올림픽과 청정자연으로 유명한 밴쿠버는 매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에 항상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지요.

 

밴쿠버는 인근 지역의 넓은 산지를 따라 광업과 임업이 유명하고, 또 아시아로부터 입항하는 화물선과 크루즈선들을 위한 큰 항만이 있지만, 이것 외에는 무슨 산업 기반이 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나 이민 비자로 밴쿠버에 온 한국인 청년들도 서비스업 외에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없어, 대개 식당이나 까페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가 밴쿠버에서 지냈을 때에도 부동산업이나 요식업 외에는 딱히 다른 산업이 눈에 띄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밴쿠버를 기반으로 시작하여, 캐나다의 10대 재벌 안에 든 기업인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노스쇼어 오토몰의 짐 패티슨 오토 그룹의 현대자동차 딜러샵 © Google Maps

 

 

밴쿠버에 본사를 둔 그만한 기업이 무엇이 있을까 싶으실텐데요.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에 가보신 분들은, 워터 택시 정류장 바로 옆에 거대한 자동차 샵이 있는 것을 보신 적이 있을실 겁니다. 바로 노스쇼어 오토몰(Northshore Auto Mall)이지요.

 

노스쇼어 오토몰 안에는 도요타, 렉서스, 스바루, 현대 등 여러 회사들의 딜러샵이 있는데요. 이들의 간판들을 보면 하나 같이 "짐 패티슨(Jim Pattison)"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네, 북미에서 내로라하는 자동차 판매 및 리스 그룹, 짐 패티슨 오토 그룹(The Jim Pattison Auto Group)이지요.

 

오늘 이야기 하고 싶은 기업인은, 자동차 계열사를 포함하여 65개 이상의 계열사를 거느린 짐 패티슨 그룹(Jim Pattison Group)의 창업주, 짐 패티슨 회장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캐나다 밴쿠버 기반 거대 재벌그룹, 짐 패티슨 그룹의 회장 짐 앨런 패티슨 © St. Paul’s Foundation

 

 

 

 

패티슨 회장은 1928년 캐나다 중부의 서스캐처원(Saskatchewan)의 가난한 시골 마을 루스랜드(Luseland)에서 태어났는데요. 가난한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7살이 되는 해에 밴쿠버로 처음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가정형편상 그는 어려서부터 갖은 일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는데요. 첫번째 아르바이트로 교회의 여름 캠프에서 트럼펫 연주자로 일한 것을 시작으로, 과수원에서 과일 따기, 학교 주차장에서 도너츠 팔기, 집집마다 다니며 씨앗 팔기, 조지아 호텔의 결혼식 꼬마 들러리, 교량 공사장의 인부, 통조림 회사의 아르바이트생, 기차 식당칸의 종업원 등등 청소년기를 수많은 일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비록 키가 작아 '땅꼬마 지미'라는 별명으로 불리웠지만, 패티슨 회장은 어릴 적부터 장사 수완이 뛰어났습니다. 그의 어릴 적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요. 2차대전이 끝날 무렵인 1945년 5월 8일 새벽, 소년 지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바로 그가 신문배달부로 밑에서 일했던 신문 보급소장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보급소장은 "전쟁이 끝났다는 호외가 실렸으니 불티나게 팔릴거다. 내가 장당 3센트에 넘길테니 5센트에 받고 팔면 대박이 날거다"라고 말했고, 이익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그는 가진 돈을 모두 투자해서 500부를 받아들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독일군 항복하다, 승리가 밴쿠버로 찾아오다" © City of Vancouver

 

 

그런데 문제는 아무도 신문을 사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라디오를 통해 이미 종전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비싼 돈을 들여 산 신문들을 팔지 못하고 집에 돌아온 그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곰곰히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좌절하지 않고 바로 그 다음 날, 다시 신문을 들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신문에는 "독일군, 무기를 놓다. 처칠과 트루먼, 승리를 선포하다"라는 헤드라인이 찍혀있었는데요. 소년 지미는 시내 곳곳을 다니며 "이만한 기념품이 없다, 이 신문을 기념품으로 사라"고 사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그는 신문을 다 팔고 말았습니다. 불과 종이 쪼가리로 전락할 뻔 했던 신문을, 나치 독일을 무너뜨린 종전선언일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기념품으로 재브랜딩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소년 지미는 어떻게 해서 캐나다 서부에서 가장 큰 자동차 판매 회사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다음편에서 이어집니다.

 

 

세차장 직원으로 일했던 짐 패티슨 회장의 유년기, 소년 지미 시절 © SuccessStory.com